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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인가 부패인가 – 변화의 두 얼굴

어느날 지인들과 김치찌개에 반주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김치도 술도 발효의 산물인데 왜 술은 발효음식이라고 광고하지 않을까.’ ‘발효의 효능을 누리기도 전에 알콜과다가 되겠다’ 등 만담이 이어졌다.
사실 발효는 부패와 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미생물의 증식으로 성분을 변화시키는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부패와 달리 발효는 ‘썩었다’고 하지 않는다. 김치와 요거트가 아니더라도 발효를 활용한 빵과 주류의 제조는 인류에게 큰 효용을 준다. 같은 대사 과정임에도 좋은 이미지가 발효에만 형성되어있는것은 흥미롭다.

발효는 그 활동 자체에서 다음 3가지의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1)발효는 ‘유익한 결과’를 생성한다.
발효로 우리는 청국장이나 요거트 등의 일상 음식 뿐 아니라 유산균 등의 건강기능식품까지 다양한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발효가 없었다면 부패된 식품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나 아민 등의 독성으로 인해 아마 식품공학의 상당수는 발전이 늦었을 것이다. 발효를 통해 인류는 시간의 힘을 식품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2)발효를 위해서는 의도적인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발효는 미생물의 활동을 활용한 것이므로 수분, 온도 등의 환경에 대한 구축이 필요하다.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약으로 손꼽히는 페니실린은 발효의 결과물이지만, 이 세균을 죽이는 곰팡이가 알렉산더 플레밍이 첫 발견을 성공한 후 항생제로 상업화되기 까지는 11년이나 걸렸다.
3)발효를 찾기 위한 반복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진다.
발효는 사실 부패라는 생태계 순환을 이루기 위한 자연의 지혜를 인간이 부분적으로 모방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위 페니실린까지 가지 않더라도, 단 한 가지의 공정을 인위적으로 창조하는데도 오랜 세월이 걸린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지식이 축적되며, 이는 다른 분야에도 파급되며 지식의 복리효과를 낳는다.

발효를 통해 배추는 김치로 변한다. 사람들은 삶 속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변화를 추구하지만 같은 시간 속에서도 변화의 결과는 각기 다르다. 이제 변화 자체뿐 아니라 어떻게 했을때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 우리의 변화는 유익한 결과를 낳고 있는가?
– 우리는 변화를 이루기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가?
– 우리는 반복하며 변화 과정에서 학습을 이루고 있는가, 매번 같은 시도만 하고 있는가?
우리의 변화는 발효인가 부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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