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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다스리는 자 –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지혜

한 노교수가 지방 강연차 김포공항에서 수속중이었다. 그런데 940번을 비행기를 탄 그가 발권이 되지 않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알고보니 시스템상 그의 나이가 ‘1세’로 나와서 보호자 없이는 발권이 되지 않는게 아닌가. 사실 그는 1920년 생으로 100세가 넘어버려서 나이를 두 자리로 집계하던 항공 전산을 무력하게 만든것이다. 올해로 103세를 맞은 연세대학교의 김형석 명예교수의 일화이다.

그는 건강 넘쳐야 할 청소년기에도 달리기하다가 쓰러질 정도의 약골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20세까지 사는 것을 보는게 소원일 정도였다. 그러던 그는 세월이 지나 90이 넘은 나이에도 연간 100회 이상의 강연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소화해 주변을 놀라게 하는 한편, 백 년이 넘는 세월과 지혜로 빚은 삶에 대한 깊은 사유로 큰 감동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장수와 건강의 비결을 물었는데, 그의 여러 대답을 요약해보면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1.누가 더 건강한가? 일이 비결이다.

-> 누가 더 일을 많이 하고 있는지 내 나이 쯤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일이 건강이다. 운동을 위한 운동이 선수들의 몫이라면, 건강은 결국 생활을 위해서인데 그 중 일이 특별하다. 칸트는 300년전에 80세까지 장수했는데, 운동은 산책말고는 했다는 내용이 없다. 그의 건강은 바로 학문에 대한 열정인 것이다. 슈바이처는 하루 몇 시간 자지 않았지만, 90세까지 매일같이 일했다. 그의 마지막 편지에도 아프리카 60년간 봉사의 삶이 누구보다 행복했다고 한다. 일이 비결이다. 100년을 살아보니 알겠다. 일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노는 사람이 건강하지 못하다.

2.몸이 아니라 내가 늙는다. 정서의 시간은 다르다.

->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일과 공부를 하는 사람은 잘 늙지 않는다. 주변에 100세까지 산 7명이 있다. 공통점은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부르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감정을 다치게 하는 남 욕을 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공부, 여행, 연애를 하며 정서를 가꾼다.

3.무리하지 않는다.

-> 나는 건강때문에 중학교도 못 가고 단명할줄 알았다. 그래서 무리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것이 건강을 주었다. 나는 강연이 많아도 2주 전에는 미리 준비를 해두고, 잠도 충분히 잔다. 100을 할 수 있는 날에도 90에서 멈추고 늘 여유를 둔다. 건강한 사람이 오래 사는게 아니라,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산다. 수영을 즐겼지만 80세 이후로는 걷기를 즐겨하고 생활 곳곳에 움직임을 넣었다. 100세 전까지는 버스와 지하철을 탔다. 생활 자체를 운동으로 만들고 무리하지 않으며 일과 삶을 즐겼다.

현대 생명공학은 수명 연장과 노화 방지에 상당 부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김형석 교수의 축적된 지혜는 그런 과학의 노력뒤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할수 있게끔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것의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물 흐르는듯한 자연스러움으로 건강, 관계, 일을 아우르는 여유와 균형을 길을 걷다보니 저절로 행복해지고 저절로 100세가 넘어서도 삶을 즐기게 하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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