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부등식 : 얼마나 가치에 집중하고 있는가

2022년 01월 23일 | CEO story

포드의 교훈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설립하면서 포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모델 E의 상표권을 포드에서 주장하지 않았다면 아마 머스크는 모델 SEXY를 완성했을것이다.

헨리 포드는 1908년 당시 사치품이었던 자동차를 모델T를 통해 대중화시켜 인류의 교통을 마차에서 차로 바꾸었다.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규모의 경제와 생산성 시대를 연 그는 자서전을 통해 ‘기여 Service’란 말을 가장 많이 강조한다.

포드는 이윤보다 기여를 우선한다고 단정했다. 이윤은 사업 확장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했지만, 이윤은 기여의 결과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여를 먼저하면 성취가 따라온다고 그는 믿었다. 기업은 많은 사람의 기여가 있어야 했고, 그게 부족하다면 사업이 잘 운영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델T는 그렇게 세상을 석권했다.
지금 기준으로는 1~2억원 수준의 자동차 가격을 1/10으로 낮추어 포드의 선언대로 누구나 살 수 있도록 만들었고, 한 달에 겨우 10여대 생산하던 생산라인을 혁신하여 하루 9천대 수준 생산도 가능하게 했다.

그는 정말 세상에 기여한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포드 자동차는 그런 기여를 계속 유지하지 못했다. 자동차 시장이 성숙해서 고객의 눈높이가 상향평준화되고 취향의 시대가 되자 검은색 단일 모델로만 접근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며 쓸쓸히 GM에게로, 또 도요타와 폭스바겐으로 왕좌를 넘겨주었다.

이 같은 사례를 ‘한국의 피터드러커’ 윤석철 교수는 ‘생존부등식’으로 설명한다.

생존부등식 = V 가치 > P 가격 > C 원가

포드는 생산혁신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가격을 그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판매하는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부등식의 오른쪽 (P>C)은 만족했지만, 다양한 색깔을 원하는 고객의 취향과 모델의 다양성 등 부등식의 왼쪽 (V>P)을 만족하지 못했기에 지속가능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것은 지금도 같다.

현대 사회에서 매스티지로 볼륨을 키울수는 있지만 지속가능한 이익은 남기기 어렵다. 애플이 촉발한 스마트폰 시대에서 P>C를 선택한 샤오미와 LG전자 등의 어려움은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애플은 생존부등식의 왼쪽(V>P)에 집중하며 스마트폰에서 시계로, 무선 이어폰으로, 콘텐츠 서비스로 자사의 영역을 고객의 환영을 받아가며 넓혀가고 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이다. 2020년 미국 JD파워의 ‘신차품질 조사 Initial Quality Study’ 에서 테슬라는 세계 31개 브랜드 189개 차종중 꼴찌였다. 그런데 미국 최고의 소비자조사기관인 컨슈머 리포트에서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 2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고객 만족도 조사 Owner Satisfaction Survey’ 에서는 모든 브랜드를 압도하며 1위를 거뒀다.

이것은 테슬라 오너가 편향된 판단을 하기때문일까? 현대 사회의 소비자는 냉정하고 합리적이다.

그들의 판단 기준은 이제 자동차가 얼마나 도장이나 단차 등의 결함이 있는지(P>C)에서 주행성능과 소프트웨어 등의 통합 경험(V>P)으로 바뀐것이다. 테슬라가 주는 가치는 보이는 가격이나 원가, 그로 비롯된 품질의 오차보다 훨씬 컸던 것이다.

애플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애플의 사용자들은 기술과 트렌드에 밝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타 브랜드로 바꾸지 않는 것은 애플이 주는 가치(V)가 다른 브랜드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애플이 가진 철학, 하드웨어 역량, 소프트웨어 역량, 문화, 경영자들의 총합인 ‘통합 브랜드 경험’으로 설명된다. 많은 회사들이 애플보다 저렴한 스마트 워치(P>C)를 제공하며 도전하고 있지만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최소한의 수익성(P>C)은 이제 기본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만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맥북프로의 유니바디를 아직도 다른 회사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하고, 자동차를 수십년간 만든 회사들이 테슬라에 고전하는 것은 ‘통합 브랜드 경험'(V>P)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에서는 V를 올릴수 있는 사업을 해야하고, 그것이 애플과 샤오미의 차이, 테슬라와 포드 자동차의 차이를 낳는다.

커피 산업에서 브라운백 커피가 2015년 주목했던것은 그 당시에도 6만개가 넘었던 카페수가 아니었다. 인구당 커피 소비량이 하루 1.5잔으로 일본 4잔, 미국 5잔, 유럽 10잔에 비해 현저히 낮은 커피 보급과 OECD의 원두 커피 비중은 90%인데 국내는 인스턴트 커피 비중이 80%라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커피는 본질적으로 취향 기반의 기호식품이고 우리는 단순한 제조업이 아닌 ‘다양한 원두를 고객의 언어로 제공하는 기여 Service’를 하고 싶었다. 국내 2천여개 카페에 제공한 것은 당장 마진이 계산가능한 대량의 저가형 원두(P>C)가 아니라 누구나 개성있는 독립 카페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전국적인 실판매 데이터 기반의 현대적인 개발과정을 거친 업계 평균의 10배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각 카페를 위한 원두(V>P)였다.

우리는 그렇게 커피 산업의 리테일에서 작은 성과를 축적하고 있던 중 고객의 판단 기준이 다시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과거와는 다른 고객의 주문과 패턴을 통해 이제 커피가 취향이 아닌 생활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과거의 V는 머지않아 한계를 맞이할 것임을 직감했다.

국내 커피 소비 환경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카페 + 오피스 + 홈카페 + 편의점 으로 4분할 되어있었다.

우리는 이 모든 커피 환경에서 커피가 물처럼 소비될 것을 전망하고 이것을 도와 누구나 가장 쉽고 편리하게 커피를 마실수 있게 돕기로 했다. 현재 1,500곳이 넘는 기업이 선택해준 오피스 커피 구독 서비스 블리스는 그런 V를 제공하기 위한, 우리의 생존과 미래를 함께 건 시도였다.

바리스타를 채용하기 어려운 사무실에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제공(V)하고, 수년간 수천곳의 카페를 통해 단련된 원두로 커피의 기준을 충족(V)시키자, 고객의 99%는 매월 우리의 서비스를 재구매(P)하고 있다.

국제 원두 가격이 70% 급등하는 코로나 환경(C)에서도 구독 고객에게는 계약기간동안 기존의 가격(P)을 보장하며 서비스는 더 높였다(V). 환경을 생각해서 일회용품을 줄일수 있도록 리유저블컵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종이를 전자계약으로 대체하고, 이제는 표준이 된 2주간 무료 체험을 업계 최초로 제공하며 고객이 커피를 먼저 경험하고 선택하도록 만들었다(V).

브라운백 커피는 벤처기업이고, 벤처 Venture의 본질은 세상을 더 의미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 모험의 결과는 고객이 판단하고, 우리는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차원의 ‘통합 브랜드 경험’으로 이것을 만족시키려고 한다(V>P). 이 때 우리의 시도가 성공해서 V를 더 높게 제공할 수 있다면, 우리의 모험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보상은 당연한 결과로 나올것도 믿는다.

헨리 포드는 우리에게 기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다음처럼 개인과 조직을 위한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1. 세상에 먼저 기여(V)를 하면 성과는 오기 마련이다. 단 시기가 계산처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2. 기여 기준(V-P)은 계속 변한다. 그것은 기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정한다.
3. 그러므로 바른 기여인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이고, 대가는 계산하지 않는다.

세계는 1초당 3만잔의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삶을 서비스화(CaaS : Coffee as a Service)를 통해 편리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브라운백의 방향은 옳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대가를 계산하지 않고 더더욱 고객 가치(V)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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