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의 승리 : 쿠팡, 알리 그리고 당신의 선택

2024년 03월 30일 | CEO story, Culture

쇼핑하면 대형마트를 의미하던 그 시절, 귓가를 채우던 이마트 배경 음악은 수능 금지곡과 선호 노동요 1위였다. 그 즈음 옥션 지마켓은 곧 온라인 쇼핑이었고 사람들은 전자상거래에 눈뜨기 시작했다. 분명 그들은 업계와 고객의 선택을 선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쿠팡으로, 알리로 빠르게 향하고 있다.

리테일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지난달 알리 앱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736만명의 11번가를 밀어내고 2위를 차지했고, 불과 작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는 581만명으로 553만명의 G마켓을 누르고 4위가 되었다.

이런 세대 교체는 유통 뿐 아니라 노키아에서 애플로, 멜론에서 유튜브 뮤직으로 간 것 처럼 모든 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공통점은 없을까?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변경할때는 기존 서비스가 싫어서 가는 경우보다, 신규 서비스가 주는 가치가 클 때가 많다. 이것을 신규 체감 가치라고 하자. 이것은 브랜드, 영향력 있는 인물의 사용 등 홍보나 광고 영역에서의 가치도 포함하지만 그런것은 보통 기존의 거인이 더 크게 가진다. 쿠팡이 도전하던 시절의 이마트처럼 이미 전국민이 알고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신규 체감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나는 ‘편리함’이라고 생각한다. 편리함이란 ‘어떤 결과를 내는데 드는 자원(시간, 노력, 비용)을 대폭 줄여주는것’을 의미한다. 편리함은 사람의 행동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킨다. 별다른 노력없이 살을 빼게 해주는 지방흡입술이나 위고비 등의 솔루션은 운동과 식이요법이라는 오랜 노력의 필요성을 현저하게 낮춘다. 로켓 배송은 주문한 물건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1일 미만으로 만들어 마트에 갈 필요가 없게 만든다. 누워서 주문할수 있고, 원터치 결제로 지갑을 꺼내는 노력도 필요없다. 심지어 더 싼 것도 많다.

이런 경우 고객은 기존보다 더 나은 신규 아이템으로 이동하게 된다. 기존에 쓰던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같은 가치로는 이동하지 않는다. 전환 비용(Transaction Cost – 서비스 교체에 드는 비용)과 기존 서비스 가치의 합보다 훨씬 커야 비로소 이동한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는 국내 쇼핑몰보다 싼 것을 보내지 않는다. 미친듯이 싼 것을 보낸다. 그 경우 고객은 같은 제품을 받는데 비용이 1/10으로 떨어지게 된다. 3만원짜리 상품을 3천원에 무료배송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이때 국제우편으로 오든, 송신료를 누가 부담하든 고객은 잘 모르고 신경쓰지도 않는다.

브라운백에서 오피스 커피 서비스(Office Coffee Service : 사무실에 커피 머신 렌탈 및 원두 정기 배송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블리스를 시작할때 가장 염두에 두었던 내용도 바로 편리함이었다.

카페 수준의 커피를 회사에서 먹고 싶을때 고객은 ‘자리에서 지갑을 챙겨 일어나서 엘리베이터 대기 및 이동, 카페의 결제 대기, 음료 제조 대기, 엘리베이터 대기 및 이동, 자리에 복귀’라는 과정을 거쳐야했고, 평균 소요 시간은 10-20분이었으며, 한 잔 당 3000-4000원의 가격을 지불했다.

브라운백의 블리스는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카페 수준의 원두와 커피 머신을 사무실 구성원 자리에서 30초 미만의 거리에 제공했다. 노력은 원터치 아메리카노로 최적화했고, 커피 한 잔의 가격은 300-500원 범위로 시작했다.

이렇게 선택지를 구성할 경우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은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의 문제가 된다. 어떻게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알게 하는가만 해결하면 높은 전환률과 기록적인 재구매율을 기록할 수 있다. 블리스도 3,000곳 이상의 회사에서 오피스 커피로 선택받는 동안 자동 발송 견적서 오픈율 80%, 재구매율 99% 등의 지표를 쌓으며 고객의 사랑을 받았다.

애플이 에어팟과 애플워치,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연결된 경험은 엔지니어링의 산물이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서 매끄러운 편리함을 제공할때 고객은 도무지 이탈하지 않는다. 틱톡이 스낵 콘텐츠를 최적화하며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원터치 콘텐츠 쇼핑을 제공하며 미국을 장악할때도 이런 편리함은 무기로 사용되었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P3 Parks가 2023년 발표한 리테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는 앞으로 맞춤형 프로모션, 구독, 더 간결한 결제, 더 빠른 배송 등의 편리함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한다. (출처 : The State of Retail 2023 – The Effects of Convenience on Consumer Satisfaction and Purchase Intentions)

사실 인류는 한 번도 편리함을 선택하지 않은 적이 없다. 불이 주는 안전함과 식문화 다양성, 기술 발전을 기꺼이 선택했고,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손 안의 경험을 압도적으로 따르며 노키아 모토롤라를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주말에는 늦잠을 자고, 배달을 시키며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 가득하다. 매일같이 사람은 더 편리한 것을 찾는다. 그렇지 못한 것은 대부분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이때 의지력이 요구된다. 운동, 공부, 습관 교정 등은 그래서 쉽지 않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최근 브라운백의 재창업과 같은 2024년을 기점으로 오랫만에 한글 사명(Mission)을 손봤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 이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Better Life, More Pleasure – 편리한 경험, 즐거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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