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가? : 전체 그림을 놓치지 않는 힘

2022년 04월 03일 | CEO story

기저율 무시의 오류

불과 24만여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린 지난 대선 직전, 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구글은 이재명 우세, 네이버는 접전,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헤드라인의 기사였는데, 내용은 역대 미국 대선에서 적중했던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가 2배 가까이 우세이고, 네이버에서는 윤석렬 후보가 소폭 앞서는게 논란이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기사들을 보면 구글과 네이버의 비교는 커녕 댓글에 온통 지지층 각자 입장의 소망만 가득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였다.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에서 네이버는 구글의 2배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은 확률적으로 당연한 결과에 가까웠다.

‘기저율 무시의 오류 neglect of base rate’란 일부를 근거로 전체 빈도를 보지 못하는 실수를 의미한다. 다음과 같은 사례로 기저율에 대한 착각이 얼마나 일상에서 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Q. 어떤 사람이 세련된 복장에 뿔테 안경을 쓰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고 있다면, 그의 직업은?
1. 대학교수
2. 택시 운전사

A. 많은 사람들은 대학 교수로 짐작하지만, 실제로는 택시 운전사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택시 운전사의 숫자는 2021년 기준 약 25만명이지만, 대학교수는 350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기저율은 ‘전체 그림을 놓치지 않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매일 닥쳐오는 눈 앞의 목표에 매달리면 큰 그림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전체를 바라보는 눈

스타트업을 여러 차례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산업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었다. 작은 회사는 시작할때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나면 전체 산업의 약점으로 나도 모르게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적이 많았다.

어린 시절, 행복한 멤버들과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고 프랜차이즈업을 여러 매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운영했지만, 첫 회식을 할 때 알게 되었다.

’10시에 근무를 마치고 오는 사람들, 6시에 문을 열어야 하는 분들과 함께 회식 한 번, 워크숍 한 번 하기도 어렵구나. 장기적으로 좋은 직장을 만들기에는 참 어려운 산업이구나.’

브라운백 직전 사업에서는 휴대폰 케이스와 디자인을 매칭하는 산업에서 속도를 높여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불과 3년만에 국내 버거 시장만큼 커진 고성장 산업을 기저율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니 고객의 재방문이 희박한, 고객을 계속 획득하기 위해 허덕여야하는 치킨 게임의 사업이었다. 그 때 정신이 들었다.

‘누구나 터치 몇 번에 가격 비교를 하고 제품 정보를 알 수 있는 시대에서, 커머스와 유통의 미래는 BEP에 수렴하겠구나.’

AWS 없는 아마존인 쿠팡이나 컬리가 겪는 현재의 어려움을 보면 당시의 작은 판단이 크게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뛰고 있는가?

실무를 바탕으로 승진한 초보 리더들은 팀원들이 좀 부족하더라도 내가 메우면 된다는 책임감과 근성, 역량을 바탕으로 실제로 성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팀원의 역량이 늘기 어렵거나, 팀으로 일하는 법을 익히지 못해 더 중요한 자리에 갔을때 탈진하곤 하기도 한다. 리더의 성과는 팀의 성과이지 개인의 성과가 아니란 큰 그림을 놓친 것이다. 리더는 팀원의 역량을 높이고, 목표에 다가가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인생이란 큰 흐름에서 많은 사람들은 단기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니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곤 한다. 일은 삶의 일부란 것을 잊은 과로사, 본진의 중요성을 간과한 부캐에의 과도한 몰입, 망가지는 건강을 합리화하는 불규칙한 하루하루, 스스로를 이기기보다는 남을 이기는데 집착하는 과도한 승부욕 등이 그것이다. 불행히도 그런 길에는 허무함이라는 결말이 기다릴 뿐이다. 내면의 평화와 하루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는 즐거움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때, 진정한 삶이 시작된다.

자신다운 삶의 길을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뛰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곳이 타이타닉이라면 선두와 후위의 차이는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과거의 작은 성취가 오히려 침몰하는 배에서 얼른 뛰어내리지 못하게 막는 레거시가 될 수도 있다. 타이타닉에서 가장 무거운 사람은 가장 살아남기 어려울지 모른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그 문제가 내 삶에서 그렇게까지 중요한 게 아닐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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