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는 발상의 전환 : 의자를 고쳐앉는다

2022년 05월 01일 | CEO story

문제 해결을 위해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예일대 로스쿨의 지니 포레스트 교수는 어느날 세미나에 참석해서 한 건장한 남자의 뒤에 앉았다. 그는 앞 사람의 머리 때문에 발표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앞 사람 머리의 반대 방향으로 자신의 자세를 바꿔가며 앞을 보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가자 그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는데 문득 아주 간단한 방법이 떠올랐고, 문제를 쉽게 해결했다. 그것은 의자를 고쳐 앉는 것이었다. 앞 사람을 피해서 시야가 확보되도록 의자를 고쳐앉자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되었다.

(댄 히스, 업스트림 중)

우리는 매일 일정과 할 일에 파묻혀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가고 해가 지나버린다. 쏟아지는 일을 하다보면 원래 중요한 것은 놓쳐버리거나 아쉬운 결과를 내게 된다.

댄 히스는 ‘업스트림 Upstream’과 ‘다운스트림 Downstream’을 통해, 문제가 발생한 뒤에 수습하는 다운스트림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업스트림을 비교해 설명한다.

본질에 집중하기 어려운 이유

그는 대부분의 사람과 조직은 수습에 훨씬 더 많은 자원을 분배한다고 한다. 과속을 줄이기 위해서 단속 티켓수를 채우는것과 같은 다운스트림에 집중하다보면, 안전 교육과 같은 업스트림에는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예방활동은 장기적이며, 투자대비 효과가 지대할 뿐 아니라, 부작용이 적다.
다만 예방에 투자하는 것은 그 결과를 확실히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늘 쉽지 않은 일이다. 음주 단속보다 통금 시간의 단축이 음주운전 감경에 효과적이라는 가설은 COVID-19가 아니면 추정해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존 초기에 CS센터를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제프 베조스는 ‘우리의 고객들은 친절한 CS가 아니라 CS할 필요가 없는 서비스를 원한다’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경계하는 선조들의 지혜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드롭박스 재직 당시, 최근 각광받는 ‘그로스 해킹 Growth Hacking’의 개념을 이끌어낸 션 엘리스는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조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액션아이템을 테스트하는’ 그로스 사이클을 제안한다. 역시 어떤 성장 레버가 핵심인지를 찾는게 포인트가 된다. 자원은 늘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 지렛대를 놓을지가 가장 중요하다. 단기 매출 상승처럼 결과에만 매몰하면 잠재고객의 고갈로 성장은 금세 정체된다.

발생의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한 브라운백의 사례

브라운백에서는 처음부터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쓰고 MS 오피스를 쓰지 않았다. 협업과 아카이빙이 용이한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가치가 우리의 핵심가치와 더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새로 조인하는 멤버들은 익숙한 파워포인트와 여러모로 다른 구글 슬라이드의 사용에 애를 먹곤 했다.

그래서 초기 멤버의 온보딩에 해당 도구의 교육 과정을 넣었더니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어떤 멤버는 이미 능숙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소중한 입사 첫날 이미 익숙한 툴을 다시 배우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일이었다.

우리는 고민끝에 입사 첫 날 자기 소개 내용을 구글 슬라이드로 만들어 넣는 자유 과정을 넣고 이것을 예비 입사자에게 미리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초기 멤버들의 사용 역량이 상향 평준화 되는 것을 발견했다.

조직의 미션과 핵심 가치는 아무리 멋있는 말이라도 새로운 구성원에게 전달하기 어렵다. 브라운백에서는 ‘인류를 편리하게, 동료를 행복하게’라는 사명과 ‘자유, 존중, 고객지향’의 핵심 가치가 존재하고 다양한 제도로 일관성있게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늘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날 코칭을 받던 한 멤버가 ‘새로운 멤버에게 우리의 핵심가치를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초기 멤버에게 가치를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방법은 현재 내부 베타테스트 중이지만, 조만간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시 본질에 집중하라

특정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시험이나 테스트를 하고, 대기업이 사내 교육팀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하듯 회사의 가치를 탑다운으로 교육하는 것도 물론 의미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좀 더 고민을 앞 단계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지식근로자에게, 아니 인간에게 자유는 너무나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때, 고민의 초점을 결과가 아니라 앞 단계로 이동하면 새로운 대안이 나타난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1시간 동안 걷기를 하며 300칼로리를 소모할 게 아니라, 1인분에 600칼로리를 넘나드는 삼겹살을 같은 무게에 200칼로리 남짓한 닭고기로 바꾸어야 한다.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면 낮은 기대값의 대박이 아니라, 높은 성공률과 부가 효과를 제공하는 스스로의 역량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순환을 만든다.

몰입하는 조직을 원한다면 멤버들을 교육하고 성과를 다그칠 것에 열정을 쏟는 게 아니라, 명확한 목표와 문화를 설계하고 지원한다.

결과에만 매몰되면 문제를 바라볼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앞 사람에 가려 시야가 제한될 때는 몸을 비틀것이 아니라 의자를 고쳐앉는다’는 발상의 전환이 우리를 본질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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