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카오스재단에서 ‘진화’를 주제로 새로운 가을 강연을 열었다. 인터파크 창업자가 설립한 이곳은 과학/지식/나눔을 추구하는, 기업가로서 참 배울만한 활동이면서 동시에 부족한 내 시야를 자주 틔워주는 곳이다.
이번 주는 다윈과 진화론의 이야기였다. ‘지배종이 계속 이기는 약육강식이 아니라 환경에 맞게 변한 것들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지혜’에 공감되었고 이것은 자연 뿐 아니라 경영이나 인생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며칠 뒤, 세계 최초의 클라우드 커피머신인 브라운백 어웨어 내부 테스트 자리에서 문득 둘러보았더니 참가자 열 명 중 최근 1년내 입사하신 분이 절반이나 되었다. 지난 7년간 이직율 1%의 브라운백이 커피 회사에서 구독 회사로, 다시 IT 회사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그 다양성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진화를 촉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이 다양성을 기르는 것이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더해지는 것 같다. 다양성이 없는 곳은 공룡처럼 비대해지고 어느새 운석처럼, 화산폭발처럼 생각지 못한 종말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때 유의할 점은 본질이 바탕이 되지 않는 다양성은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명확한 특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한 방향성이 본질이 되었을때 우선 최소한의 개체가 될 수 있다. 다양성은 이런 개별 개체의 특성을 바탕으로 확장되는 것이지 짬짜면처럼 반반 더해지는 식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타트업 등의 초기 단계의 조직이라면 오히려 다양성 이전에 본질부터 갖출 필요가 있다.
다양성을 통해 변이를 유도하지 않으면,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적 적합도가 지속가능하도록 유전성을 쌓지 않으면 단발 시도로 끝나고 만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변화를 바라볼 수 있는 호기심과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겸손함일 것이다. 이에 더해 스스로 발견한 진리를 공개하기까지 20년 이상 기다린 다윈의 인내심을 배운다면 진화는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