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축적의 비밀 – 의식적인 훈련

2022년 10월 16일 | CEO story

1.
지난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 여학생이 워런 버핏에게 다음처럼 질문했다. “만약 하나의 종목에 투자해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다면 어떤 종목에 투자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버핏은 “특정 종목보다 더 나은 걸 말해주겠습니다.”며 다음처럼 답변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무언가를 아주 잘하는(‘exceptionally good’) 것입니다. 의사나 변호사처럼 당신이 어떤 것을 잘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것입니다. 능력은 통화와 달리 인플레이션을 방지합니다. 달러 가치와도 관계없습니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고,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최고의 투자는 자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며 이것에는 세금도 붙지 않습니다.”
조선시대도 그랬지만, 제국이나 거대 조직의 후계자는 제왕학을 사사했다.
분야별로 당대 최고의 스승, 최고의 환경을 지원받으며 어릴때부터 제국의 상속이라는 명확한 방향을 갖고 성장한다.
그런데 평균 기업의 수명은 30년 내외, 제국의 경우에도 성군이 2대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그런 제왕학은 효과가 없는것일까?
최고의 스승이 없었던 잠실아이스링크 출신의 소녀는 세계 피겨스케이팅계를 석권하는 피겨퀸 김연아가 되었다. 그녀가 좋은 스승, 좋은 환경을 갖춘것은 나중의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타고난 재능이 학습 조건이나 배경보다 훨씬 중요한 것일까?
2.
‘그릿 Grit’에서 열정과 끈기의 힘을 다룬 앤젤라 더그워스나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한 안데르스 에릭센은 ‘의식적인 훈련 Deliberate Practice’를 역량 축적의 비밀로 이야기한다. 그냥 하는 훈련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제대로 설계된 방식으로 훈련하는 시간이 축적될 때 기량의 향상이 가장 비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식적인 훈련은 세계 최고의 코치들도 이미 사용하고 있었고, 습관 이론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분야별로 다른 형태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본질은 통하는 바가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3.
의식적인 훈련을 통해 역량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계획했다면, 실행은 다음의 3단계로 나뉜다.
1) 분야 선택 Field : 훈련 성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비교적 효과적 훈련기법이 있는 분야를 선택한다.
2) 집중 Focus : 훈련에 집중하고, 의식적으로 훈련한다. 왕초보의 경우 무작정 할게 아니라 기본을 코치에게 배우는게 중요하다.
3) 피드백 Feedback : 결과를 확인하고 난이도, 횟수, 이동거리 등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개선한다.
4.
브라운백에서는 요즘 수영이 유행이다. 겸사겸사 나도 수영 강습에 오랫만에 등록하고 자세를 교정받게 되었다. 과거에도 수영을 즐겨했지만 철없던 시절에는 수영강사가 나를 잘 보고 있는지를 신경썼더니 강습료가 아까웠다. 그런데 강사가 아니라 내가 그 가르침대로 하는지 신경썼더니 자세도 좋아지고 기록도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 배우는 나의 향상에 집중했더니 강습료가 아까울리가 없었다.
수영은 성과를 확인할 수 있고 영법이 비교적 정착된 분야(Field) 였고, 강사가 아니라 나에게 집중(Focus) 할 수 있었으며, 강습과 애플워치를 통해 스트로크, 속도, 자세를 체크하며(Feedback) 실력을 늘릴수 있었다.
이것은 운동이나 몸으로 하는 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올해 입사한 브라운백의 신입사원 A님은 구조화된 사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스프레드시트를 파고들었다. 해당분야는 구글링만으로 실력을 늘려갈수 있는 분야(Field) 였다. 그는 CS의 비정형화된 업무를 체계화하면서 이해가 덜 되어도 찾아보고 될때까지 적용하고 테스트하는 피드백(Feedback) 과정을 거쳤고 indirect 등의 고급함수도 찾아가며 실무에서 몰입(Focus) 하게 된다. 학원에서 배우는 엑셀로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5.
피겨 여왕 김연아는 스트레칭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란 말로 실행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점프나 피겨 동작(Field)을 처음 배울 때는 할 때마다 넘어지게 마련인데 성격이 급해서 넘어졌다가도 금방 일어나 또 하고 또 하면서 남보다 몇 번을 더했다.(Focus) 욕심만큼 잘 안 되면 엉엉 울면서도 또 점프를 하고 잠까지 못 자며 속상해했다. (Feedback) 연습도 남들 한 번 할 때 두 번씩 했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이 1년 연습하는 동안 김연아는 2년치를 연습한 셈이다.”
그녀는 선수생활 17년간 하루 평균 8시간, 약 5만시간을 그렇게 축적했다. 버핏의 말대로 그것은 누구도 훔쳐갈 수 없었고, 세상은 그녀에게 대가를 기꺼이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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