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각도 1도의 차이 – 전략이 전술을 결정한다

2022년 10월 23일 | CEO story, Culture

나폴레옹은 ‘신은 가장 강한 포병대가 있는 군의 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후 현대 육군의 핵심은 포병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포병에서 쓰는 야포(평균 사거리 40km)는 조준시 각도가 단 1도만 달라지면 약 700미터의 오차가 발생한다. 템즈강이나 세느강의 폭이 300미터도 되지않는 것을 고려하면 1도의 차이가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킬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방향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 이것은 조직도, 개인의 삶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조직의 방향설정을 우리는 ‘전략 Strategy’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실행하는 방법을 ‘전술 Tactics’이라고 한다. 피터 드러커는 전략과 전술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1)무엇보다 전략이 중요하다 Strategy First
드러커는 ‘전략은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조직이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현재의 상황에서 개척할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자원의 확보와 배분이 가장 핵심이 된다.
로마군은 물자의 보급 역량 우위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로마군은 병참으로 이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알프스를 넘은 한니발도, 오랜 세월 유럽 대륙을 선점하던 게르만인도 환경을 구축하며 이길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시작하는 로마군의 저력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가용 가능한 자원을 고려해서 가장 좋은 방식에 집중하는 전략의 기본은 경기병으로 대군을 압도한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세계 최대의 쇼핑몰을 운영하며 발생한 유휴자원(서버)을 가장 잘 활용하는데 집중한 AWS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2)전략에 의해 전술이 결정된다 Strategy determines tactics
스타크래프트 시절 무한자원 맵이 공급되자 전술은 완전히 변경되었다.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는가가 아닌, 무한한 자원을 바탕으로 어떤 유닛으로 어떻게 싸울지에 전적으로 달린 것이다. 전투는 단순해지고, 게이머들은 금방 흥미를 잃었다.
어쩌면 전술은 전략에 의해 결정된다기 보다는 제약받는다는 표현이 더 옳은것 같다.
서울에서 출발할때 행선지가 제주도로 결정된다면 아무리 빠른 차를 가지고 있더라도 소용이 없다. 전략적 선택에 의해서 바다를 건널 수 없는 수단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에서는 제품을 전시할 매대의 넓이는 중요하지 않다. 무한한 전시 공간을 가진 이커머스에서는 큐레이션과 효과적인 고객의 유입이 더욱 중요해진다.
창업가가 산업이나 사업의 핵심 전략을 잘못 선택한다면 아무리 좋은 팀원과 투자금을 모아도 쉽지 않다. 전화교환수, 마차운전수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과 최근 2년간 국내 법인택시 가동률이 31%로 줄어든것 + 배달 라이더가 급증한 것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3)우수한 전술은 보완을 넘어 시너지를 낸다 Good tactics : complimentary to synergy
마케팅과 영업은 보완일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를 현실로 만들고 그것을 고객에게 알게 해서 세일즈가 필요없게 하는 것이 목표인 반면, 세일즈는 에스키모인에게도 냉장고를 파는 것처럼 이미 나온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의 현실과 욕구에 맞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실적이 저조한 경우 두 부서는 보완은 커녕 서로의 탓만 하게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수한 전술은 시너지를 구축한다. 만약 마케팅단에서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찾고, 만들고, 전했다면 세일즈의 난이도는 내려가고 승수효과는 극도로 올라간다. 아이폰과 샤오미의 세일즈는 완전히 다르다. 애플은 경쟁사의 가격과 기능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애플의 세일즈맨은 이미 반쯤 설득된 고객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진영의 눈물나는 광고와 세일즈 경쟁은 그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맞벌이 부부가 가사와 가계를 맥락없이 반씩 나누는 것은 육상 선수와 수영 선수가 팀을 이뤄 개인전보다 2인 3각에 집중하는것과 같다. 그들의 전략적 목표가 가사의 1/2 + 가계의 1/2를 각각 부담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 가정의 장기적 최적에서는 멀어질 수도 있다. 절대 소득은 감소하고, 절대 피로는 늘어날 수도 있다.

방향이 수단을 상당부분 정해버린다는 드러커의 이야기는 기업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세계 최고의 축구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첫 부임시 구단의 바닥난 예산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과거의 감독 경험을 바탕으로 ‘돈으로 단기 성과는 살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승리에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리딩 Leading, 알렉스 퍼거슨 저) 그래서 그는 탁월한 선수로 구성된 팀 구성에 앞서 구단의 스탭을 잘 구성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유소년 축구단을 육성하며 한정된 예산으로 선수들을 영입하고 육성했고, 스타플레이어라도 시너지를 내지 못할경우 방출했다. 그리고 그는 단일 구단에 28년간 38개의 우승컵을 가져다주며 맨유의 지속가능한 성과를 지속가능한 브랜드까지 연결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는 조직의 가용자원을 파악하고 전략을 먼저 정했고, 그가 정한 전략은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에 따라 전술을 제약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정해진 우수한 전술끼리의 시너지는 엄청난 전략적 성취로 이어졌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때 그때 삶의 각도를 정해가고 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긴 여정이라면, 가고 싶은 곳에서 얼마나 멀리 있느냐보다 몇 도 다른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올바른 방향은 좋은 수단을 저절로 불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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