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킬로는 1킬로부터

2022년 12월 11일 | CEO story, Culture

러닝하던 길을 2/3 정도 지나던 무렵 길 앞이 막혀있었다. 작년에 이어 연간 1000킬로미터를 돌파하는 회차였다. 불과 며칠전에 보지 못하던 공사중 표시가 길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매일의 출퇴근 길에서도 어느날 갑자기 지하철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매번 달리던 길이었지만 변화는 눈앞에 마주해서야 알게 되었다.

가려고 했던 거리를 줄이고 돌아서게 되어 아쉬운 마음을 안고 집에 평소보다 일찍 돌아왔는데 거의 도착할때쯤 소나기가 쏟아졌다. 원래대로 달렸다면 꼼짝없이 온몸이 젖을 양이었다.

삶에서 무엇을 내 앞에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뒤돌아볼때 비로소 보인다.

고통으로 느껴진 축적의 시간이 축복으로 돌아오고, 뜻밖의 성취인줄 알았던 일이 앞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루하루 쌓아갈 뿐이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그저 달리기 시작하던 런린이가 작년 한 해 1000킬로, 올 해 1000킬로를 다시 쌓게 되었다. 그저 꾸준히 달리다보니 러닝 방법도 찾아보고, 빈도도 거리도 속도도 바꿔가며 어느새 러닝이 인생의 동반자로 자리잡게 되었다.
처음 달릴때는 1킬로도 멀고 힘들게만 느껴졌지만, 하루하루가 쌓이니 10킬로나 1킬로나 별반 차이없음을 알게되었다. 그 사이에 짝짝이 평발도 교정되고, 굽었던 허리도 펴지고, 거북목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달리며 한강을 만나고 숲을 헤쳐가면 머리를 채우는 문제가 어느새 흩어지곤 한다. 자연과 인류의 경계에서는 크고 작음이 없다.
고통으로 느껴진 축적의 시간이 축복으로 돌아오고, 뜻밖의 성취인줄 알았던 일이 앞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루하루 쌓아갈 뿐이다.
사업을 시작한지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어서 늘 배우고 쌓는다.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과정을 흘려보내고 견뎌나가면 시간이 흐른뒤 삶이 이유를 알려줄것으로 믿는다.
삶의 주행거리를 매일 쌓다보면 지금의 1킬로 1킬로가 내 삶의 길로 나를 인도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문제는 저절로 원래의 자리를 찾고 의미를 알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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