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 변화를 쉽게 하는 힘

2023년 07월 02일 | CEO story, Culture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얼마전에 삶에서 기록적이라고 할 만한, 엄청난 해몽의 꿈을 꾸었다.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대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근 10년만에 로또를 샀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ball with number lot

사람들은 로또에 될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은 알지만 1등에 될 확률(약 800만분의 1)이 항공사고 사망 확률(약 700만분의 1)보다 낮다는 것은 모른다. 심지어 1위부터 5위까지 당첨될 확률을 모두 더해도 2.3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로또를 사고, 대박이 나올 가능성이 적은 확률형 아이템 게임을 하고, 2023년인 지금도 동네 상가 인근에는 캡슐 뽑기에 아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줄을 서곤 한다.

만약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확실한 보상이 있다면 그것을 선호하지 않을까? 2015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해당 연구의 한 실험에서는 사람들에게 고디바 초콜릿 한 봉지에 입찰해달라고 했다. 단, A그룹은 한 봉지에 4개가 들어있다고 했고, B그룹에게는 2-4개가 들어있다고 했다. 어디가 더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을까? A그룹은 1.25달러로 낙찰된 반면, B그룹은 1.89달러로 낙찰되었다. 불확실한 보상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B그룹의 참가자들은 왜 그 가격을 썼냐는 질문에 ‘재미있잖아요’라고 대답했다. 과정의 재미, 결과의 불확실성이 무려 60% 이상의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이 인간의 본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인류는 원래 언어가 발달하지 못했을때부터, 춤도 추고, 그림도 그리며 재미를 추구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이다. 사람은 흥미가 정점에 달할 경우 며칠씩 잠도 자지 않고 몰입하는 초능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연애 초기 멀리 있는 여자친구의 집까지 수백킬로미터 운전을 마다하지 않기도 하지만, 권태기의 경우 섹스리스를 넘어 대화가 없는 무언가족이 되기도 하는걸 보면 얼마나 마음의 힘이 강력한지 알 수 있다.

a large rock with some writing on it

출처 미상의 벽화

교육이나 반복 업무 등 지루한 활동을 즐겁게 만드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그런 측면에서 대상자가 같은 어려움도 쉽게 느끼게 하는 큰 장점이 있다. 재미를 느끼면 난이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한 듀오링고의 경우, 대표적인 게이미피케이션의 사례로 언어학습이라는 전형적인 반복 학습을 레벨링, 미션, 커뮤니티 등으로 게임화를 반영하고 제공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폭발성장해서 무료앱임에도 세계적인 에듀테크 회사가 되었다.

게임회사들이 계정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아이템에 대한, 강화 시스템에 대한 레벨링을 도입하고 오랫동안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가장 큰 부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철저하게 데이터로 측정한다.

최근 브라운백에서는 ‘브라운백 절대미각을 찾아라!’라는 간단한 퀴즈를 수행했다. 브라운백에서 만들고 있는 ‘한국인의 커피취향 맵’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놀라우리만큼 내부 멤버들도 동료의 활동이나 타 부서의 이벤트, 신제품의 출시에 둔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브라운백은 원두 역량이 기반이 되었으므로 참 큰 고민이 되었다. 우리의 고객은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들이므로, 커피에 관심이 없다면 고객에 대한 관심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브라운백 최고의 재기발랄 파트너인 ‘홍홍’은 그래서 다음 지식을 자연스럽고 즐겁게 전달하기 위해 간단한 퀴즈를 만들었다.

  • 어떻게 하면 브라운백의 원두 주문 중 50%는 고소한 맛이라는 것을 멤버들도 알게 할 것인가
  • 배/자두/자몽/라임/오렌지 중 가장 신 맛이 센 것은 무엇인지 관심을 갖게 할 것인가
  • 쌉쌀하다는 것은 어떤 정도의 원두가 가진 특성인가

매주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인 성장세미나의 일부 시간을 할애해 퀴즈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ChatGPT의 개입을 막기 위해 1분의 시간만 주어졌다. 멤버들은 매우 즐거워했고, 이것이 업무 관련이 있는 활동인지는 상관도 없었다.

땅콩과 아몬드는 뭐가 더 고소한지, 망고와 수박은 과연 달콤함이 비슷한지 등 수다가 한창이었다. 서로의 취향을 알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 대장정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단행본 판매량 전세계 1위 만화 원피스의 캐릭터는 다양한 악마의 열매를 먹고 각자의 초능력을 발휘한다. 그 중 가장 강한 능력은 물론 주인공에게 있다. 드디어 얼마전에 주인공 능력의 최종 형태가 각성되었는데, 그 세계에서 가장 강한 능력은 바로 ‘장난스러움’이다.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의 최종 각성 형태 니카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의 최종 각성 형태 니카

출처 * Luxi Shen, Ayelet Fishbach, and Christopher K. Hsee. “The Motivating-Uncertainty Effect: Uncertainty Increases Resource Investment in the Process of Reward Pursui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Febru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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