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리스틱 극복하기: 입이 아니라 발을 보라

2022년 03월 09일 | CEO story

휴리스틱 극복하기

푸틴은 침공 12시간 전까지도 평화를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군부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선 바로 앞에 실시간으로 결집하고 있는 사진이 전세계에 돌아도 그는 평화를 원한다고 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사전 예측과는 달리, 비극은 결국 그의 말보다는 그의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필요한 것은 반드시 해내며 신뢰는 도외시하는 인물이었다. 메르켈 총리가 어린 시절 개에 물렸던 트라우마를 자극하기 위해 집채만한 개를 정상회담에 고의적으로 대동하는 인물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히틀러의 재림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을 마주할때 우리는 그를 잘 모르기 때문에 눈앞의 말로 그를 판단하곤 한다. 이러한 직관에 의존한 판단은 정돈된 해결책으로 판단하는 알고리즘과 대비해서 ‘휴리스틱 Heuristic’ 이라고도 한다.

모든 정보와 무한한 시간이 있다면 물론 알고리즘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는것이 유리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부족한 시간과 자원으로 인해 상당부분의 판단은 이렇게 직관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사람을 판단할 때, 분명히 그는 다면적 특성을 가진 존재이며 지금 보이는 모습외의 모습이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모습, 특히 지금 표현하는 말에 의해서 다른 부분까지 확대 해석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본격적인 관계가 시작되기 전에 어떤 사람을 판단할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면접 몇 차례, 소개팅 몇 차례로 판단해야 하는 우리는 어떻게 상대방의 진심을 알 수 있을까? 데이터를 쌓고 유형별 전략을 준비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질문하면 좀 낫지 않을까?

휴리스틱 극복하기 (1)경험 기반의 질문

브라운백에서 면접을 볼때 일반적인 면접질문보다는 개인별로 구체적 경험 기반의 질문을 했더니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설립시부터 모든 면접록을 구글 문서로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질문을 다듬어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은 많았다. 누구나 희망하는 회사에 지원할때면 의욕을 갖고 스스로를 설명한다. 이때 보통 스스로의 실제보다는 희망하는 모습으로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편차가 있는데, 이것은 생각(그의 희망)과 실제(그의 실행)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누군가는 더 크게, 누군가는 더 작게 판단하기도 하므로 이런 편차는 예측하기 더 어려웠다.

그 부분을 더 잘 판단하기 위해서 우리는 면접 질문에서 구체성을 띈 질문을 넣으려고 애썼다.

‘스스로가 열정적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보다는 ‘당신이 가장 몰입했다고 생각하는 순간과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주세요’라고 요청했고, ‘당신은 성실한가요?’보다는 ‘당신이 가장 꾸준하게 했던 일을 설명해주세요’라고 했다.

‘스스로의 강점을 알려주세요’ 보다는 ‘당신의 친구들은 당신의 특징을 뭐라고 이야기하나요? 왜 그렇게 이야기하나요?’ 라고 했더니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었다.

휴리스틱 극복하기 (2)일관성 관찰

그렇지만 아무리 질문을 잘 하더라도 실제로 일을 해보면 몇 주 지나지 않아 기대와 달랐던 분들도 여전히 있었다. 예를 들어 ‘잘 배운다, 성실하다’는 말은 너무나 주관적이어서 사람간의 인식차가 너무 컸다.

결국 우리는 어떤 질문과 사전 점검도 실제 삶에서의 일관성보다 더 강력한 기준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렇다면 일관성이란 무엇인가?

브라운백의 한 리더는 인천에서 출퇴근을 하므로 하루 3시간을 길에서 보낸다. 그는 입사후 지금까지 수 년간 단 한 번도 약속에 늦거나 지각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신입사원 시절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시각 일찍 와서는 약 1년 남짓 아무도 모르게 전날 흐트러진 사무실의 실내화를 하루도 빠짐없이 정리했고, 내부 공사후 운동화 환경으로 바뀌자 명상과 새벽 운동을 하며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그는 모르는 분야는 검색과 학습으로 채우고, 고민이 생길때면 관련된 사람들과 먼저 나누며, 사내 메신저에서는 틈만나면 아재 개그를 던져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와의 약속을 할 때면 중간 확인을 하지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그의 팀원이 되면 신입때부터 팀 만족도가 회사 만족도보다 높았고, 스스로를 보고 업의 맥락을 파악하려고 했다.

그는 입사할때 면접에서 자기가 성실하다고 하지도 않았고, 호기심이 많다고 하지도 않았다. 신뢰란 선언이 아닌 그가 쌓은 결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알아차리려 해야하고, 마음을 닫기보다 그 사람의 일관성을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사람일수록 입이 아니라 발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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