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발레리나 강미선, 꾸준함의 힘

2023년 06월 25일 | CEO story, Culture

2023년 6월 20일,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 Benois de la dance’에서 최고 여성 무용수에 국내 유니버설발레단 소속의 강미선이 선정되었다.

발레리나 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

발레리나 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146968?sid=103

강미선의 이 상은 나이 40에 출산 후 워킹맘으로 컴백하여 이룬 위업이라 의미가 크다. 기존 국내 수상자인 독일 슈투트가르트 종신 단원(평생 원하면 수석 무용수 자격으로 공연 가능) 자격을 받은 강수진은 32세, 국립발레단에서 15년간 수석무용수였던 김주원은 28세,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발레다에서 견습단원에서 수석 발레리노로 20대 초중반에 승급한 김기민은 29세, 352년 역사 최초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승급된 박세은은 24세에 이 상을 받았다.

육체의 아름다움과 고난도 동작을 요구하는 발레는 몸관리와 체력관리를 동시에 요구하는 분야인데 남들은 은퇴할만한 나이에 어떻게 전성기를 맞는게 가능한 것인가. 유니버설발레단에서 21년간 모든 승급단계를 거치며 차근차근 승급한 강미선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은 바로 솔리스트로 입단하지만, 저는 군무를 거의 5년간 했다. 그리고 뛰어난 친구들은 1년씩 짧게 올라가는등 승급이 빠른데 10년만에 수석무용수가 된 저는 드문 케이스이다. 사실 제가 통통하고 못해서 그렇다. 발레리나 하면 떠오르는 가녀린 선이나 몸매가 아니라 조금만 움직이면 근육이 팍팍 생겨 컴플렉스도 많았다. 20년 넘게 한 발레단에서 거의 모든 작품에 출연하며 연습에 몰두하다보니 어느덧 이렇게 되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오른쪽)이 ‘미리내길’에서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오른쪽)이 ‘미리내길’에서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2020년 체코 국립발레단은 코로나의 확산으로 마스크를 쓴채 공연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발레 무용수는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연습해야했고, 부상 방지를 위해 한여름에도 냉방을 하지 않았다. 매일 연습해야 기량이 줄지 않기 때문에 다들 격리 생활이 커리어의 단절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런데 강미선은 2021년 10월 출산후 다른 발레리나처럼 은퇴하지 않고 복귀를 결심했다. 그리고 5개월간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한 후 복귀해서 다시 현역이 되었다. 그녀는 가장 어려울때를 꾸준함으로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워렌 버핏과 만나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당신의 투자 원칙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것들을 똑같이 하지 않나요?"
그러자 버핏은 다음처럼 답했다.
"아무도 천천히 부자가 되는것을 원하지 않더라고요."

https://www.beingguru.com/warren-buffett-nobody-wants-to-get-rich-slow/

올바른 방향으로의 꾸준함은 확실한 결과를 가져다주지만 오래 걸린다.
가치 투자가, 안정적 영업이익을 쌓아가는 사업이, 매일 관리하는 몸과 마음이 그렇다.

모두가 어디로 향하는지 불분명한 로켓과, 한탕 투자와, 과도한 단기 다이어트를 원할때 이런 꾸준함의 길을 걷는 사람은 외면받거나 조롱받기도 한다. 버핏도 불과 작년까지 코인 투자자들에게 많은 조롱을 받았다.

마음을 닦고, 몸을 만들고, 삶의 길을 한 걸음씩 걸어간다.
이 단순한 원칙이 가장 강력한 인생의 비결임을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이 놀라운 발레리나에게서 다시 느꼈다.

강미선에게 한 기자가 복귀할때 연습이 어렵지는 않았는가, 상대적 고령의 발레리나로 힘든 점은 무엇인가를 질문했더니 답은 이랬다.

“나이 먹으니 골반이 굳고 허리도 전처럼 꺾이지 않았어요. 꺾이지 않으면 별수 없죠. 연습으로 꺾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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